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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자도 자도 피곤한 당신을 위한) 수면 처방  : 오늘 밤부터 달라지는 잠의 과학
[2026년 9월] (자도 자도 피곤한 당신을 위한) 수면 처방 : 오늘 밤부터 달라지는 잠의 과학
  • 저자 : 이준용 지음
  • 출판사 : 미래의창
  • 발행연도 : 2026
  • ISBN : 9791124073353
  • 자료실 : [선단]일반자료실
  • 청구기호 : 517.31-이76수


하룻밤 1~2시간 정도 덜 잤을 뿐인데도 별다른 이유 없이 ‘이번에는 잘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잦아지고 사소한 일에도 자신감이 쉽게 꺾인다면 그때는 뇌의 감정 조절 장치에 평소보다 훨씬 큰 과부하가 걸려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 17쪽

설령 식욕을 꾹 참고 식단을 지켜낸다 해도 수면 부족은 또 다른 방식으로 다이어트의 발목을 잡습니다. 지수 씨가 그런 경우였습니다. 다이어트 전보다 체중은 줄었는데 체성분 검사를 해보니 체지방보다 근육이 더 많이 빠져버린 상황이었으니까요. 식단도 지키고 운동도 했는데 말이죠. / 26쪽

뇌에는 해마(hippocampus)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바다에 사는 해마와 생김새가 비슷해 붙은 이름입니다. 해마는 오늘 배운 지식, 방금 들은 이야기, 책에서 읽은 내용이 처음 기록되는 곳입니다. 컴퓨터의 램처럼 새로운 기억이 잠시 머무는 임시 저장소인 셈이죠. 문제는 컴퓨터의 램이 그렇듯 해마의 저장 용량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 36쪽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기저에 우울이나 불안이 깔려 있는 것은 아닌지, 복용 중인 약은 없는지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응급실에 도착해 환자분이 계신 10번 베드의 커튼을 걷었을 때 예상치 못한 광경을 마주했습니다. 환자분은 이미 깊은 잠에 빠져 계셨습니다. 집 안의 아늑한 침대에서는 그토록 오지 않던 잠이 날 선 기계 알림음과 소독약 냄새가 진동하는 응급실 침대에서 찾아온 것입니다. 푹 잠든 얼굴을 보며 안도감과 함께 묘한 아이러니를 느꼈습니다. / 56쪽

수면 미루기란 일찍 잠들려는 의도가 분명한데도 실제 취침 시간을 미뤄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행동을 뜻합니다. 중요한 점은 수면 시간이 밀리는 데 외부적인 이유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야근 탓에 못 자는 것도, 아이가 깨서 우는 상황도 아닙니다. 그저 자신의 의도를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오늘 밤에는 꼭 일찍 자야지’라고 다짐해도 막상 밤이 되면 마음이 금세 달라지고 맙니다. 조금만 더 놀고 싶어지니까요. 아침의 나와 저녁의 내가 달라지는 이유는 우리 뇌의 작동 방식에 있습니다. / 72쪽

커피를 마시면 왜 정신이 맑아지고 졸음이 사라지는지, 그 원리부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그러려면 먼저 아데노신(adenosine)이라는 물질을 이해해야 합니다. 아데노신은 뇌가 활동할 때 세포에서 분비돼 차곡차곡 쌓이는 물질입니다. 졸음을 유발하기도 하죠. 깨어 있는 동안 뇌는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데노신이 조금씩 뇌에 쌓입니다. 우리가 잠에서 깼을 때 상쾌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 101쪽

잠이 안 와서 술을 마시면 수면의 질이 나빠지고 다음 날 충동을 조절하는 전전두엽 기능이 약해집니다. 그러면 그날 밤 또다시 술을 마시고 싶은 충동을 참기 어려워지죠. 불면증이 심할수록 알코올 의존 위험이 높아지고 알코올 사용이 늘수록 불면증이 악화되는 양방향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확인됩니다. 잠을 자려고 마시기 시작했던 게 어느새 술 없이는 잠을 못 자는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 116쪽

ADHD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잠들기까지 오래 걸립니다. 자려고 누워도 한참을 뒤척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ADHD 성향이 있는 사람들은 누워 있는 동안에도 머릿속이 여전히 활발하게 돌아갑니다. 과거와 미래, 나에 대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것이죠. 이렇게 멈추지 않는 생각의 배경에는 앞서 이야기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있습니다. 어떤 과제에 집중하지 않고 멍하니 있을 때, 머릿속에서 생각이 저절로 흘러가는 동안 켜지는 뇌 회로입니다. ADHD 뇌에서는 이 네트워크가 과하게 활성화되고 조절도 잘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몸은 가만히 누워 있지만 생각은 멈추지 않습니다. 생각이 생각을 부르고 공상을 하다 보면 어느새 새벽이 됩니다. / 153쪽

몽유병이나 렘수면행동장애(REM sleep behavior disorder, RBD)처럼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가위눌림, 기면증(narcolepsy), 하지불안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 RLS)처럼 본인은 또렷이 기억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어 당혹스러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질환들은 진료실을 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곤 합니다. 미리 알아두기만 해도 자신이나 가족에게서 비슷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 훨씬 침착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 172쪽

생체시계는 약 24시간을 주기로 돌아간다고 했지만 정확히 24시간은 아닙니다. 그대로 두면 시계가 조금씩 어긋나 실제 하루 주기와 오차가 생깁니다. 그래서 생체시계는 매일 외부 신호를 받아 시간을 다시 맞춰야 합니다. 이때 가장 강력한 신호가 빛입니다. 눈의 망막에는 빛을 감지하는 특수 세포가 있어서 아침 햇빛을 감지하면 세포들이 뇌 속 중추시계인 시교차상핵에 아침이 왔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 192쪽


같은 시간을 자도 수면 구조가 무너지면 몸은 제대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깊은 수면에 접어들 때마다 소음으로 방해를 해서 깊은 수면만 못 취하게 했습니다. 총 수면 시간은 그대로였지만 참가자들은 다음 날 뚜렷한 피로감과 불쾌감을 호소했습니다. 우리 몸에는 ‘몇 시간을 잤느냐’만큼이나 ‘그 시간 동안 깊은 잠을 얼마나 잤느냐’가 중요합니다. / 206쪽

잠은 그날그날 채우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나는 매일 5시간만 자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어느 정도 적응하기 때문입니다. 〈잠은행〉 웹툰의 주인공이 처음엔 승진도 하고 잘 버티는 것처럼요. 문제는 그 느낌이 실제 내 몸 상태와 다르다는 점입니다. / 224쪽

꿈은 매우 생생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현실의 기억처럼 단단히 저장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밤새 만들어진 장면들을 실제 경험과 혼동하지 않고 깨어난 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꿈이 잊히는 것이 진화 과정에서 선택된 기능인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습니다. / 241쪽

이럴 때는 잠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향해 나아가보세요. 잠을 좀 못 잤더라도 가족이 중요하다면 아이와 놀아주고 건강이 중요하다면 가볍게라도 산책을 하는 거죠. 조금 피곤하더라도 삶의 방향대로 하루를 살아내보세요. 잠을 완벽하게 자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도 낮의 활동을 유지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런 하루가 쌓이면 뇌는 밤을 자연스럽게 휴식의 시간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 263쪽

오늘 밤, 이 책을 머리맡에 두지 않으셔도 됩니다. 책장 한쪽에 꽂아두셨다가 밤이 다시 부담스러워지는 날에만 꺼내보셔도 좋습니다. 더 좋은 것은 책 없이도 침대에 누워 고단한 하루를 보낸 몸을 편안히 내려놓는 일입니다. 이제 다시 여쭤보고 싶습니다. “요즘은 편안한 밤을 보내시나요?” / 315쪽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