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의 기억을 간직한 주인공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이다. 오래지 않은 비극적 역사의 기억으로부터 길어올린, 그럼에도 인간을 끝내 인간이게 하는 간절하고 지극한 사랑의 이야기가 눈이 시리도록 선연한 이미지와 유려하고 시적인 문장에 실려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단군 신화와 우리 옛이야기에서 탄생한 야호족과 호랑족의 참신한 세계관, 두 족속이 최초 구슬을 두고 벌이는 구슬 전쟁이라는 흥미진진한 스토리, 그리고 오백 년을 열다섯으로 살아온 여자아이라는 독보적인 캐릭터가 더해져 전 세대가 읽을 수 있는 몰입감 넘치는 한국형 판타지가 탄생했다. 또한 '오늘의 만화상' 『연의 편지』로 사랑받았던 조현아 작가가 일러스트로 참여해 여우에서 인간이 된 야호족과 범에서 인간이 된 호랑족의 세계를 매력적으로 보여 준다.
어딘가 헐렁해 보이는 이야기 귀신들을 몰라보게 웃기고 통찰 있는 새 이야기로 만들어 버리는 아이의 입담을 좇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무릎을 치게 된다. 여섯 이야기의 재미는 물론, 각 귀신의 개성을 보여 주는 만화 형식의 도입과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덤 이야기들까지, 두 권의 책에 읽을거리와 볼거리, 생각할 거리를 꽉꽉 담아냈다. 천효정 작가의 맛깔스러운 문장과 최미란 작가의 익살맞은 그림이 이번에도 더없이 완벽한 호흡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