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023년 11월 김초엽, 김청귤, 청징보가 참여한 한중 여성 작가 대담에서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김이삭이 최초 제안하여,
지난 1년간 출판사 래빗홀과 중국의 미래사무국, 상하이번역문학출판사가 함께 기획해온 ‘몸’에 관한 앤솔러지다.
몸은 사회적 억압이자 성애적 대상, 정상성과 이분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적 한계처럼 여겨지곤 했지만,
자신을 본능적으로 감각하게 하는 정체성의 근원인 동시에 훼손될 수 없는 존엄의 공간이기도 하다.
인간이 데이터로 변환되거나 가상현실에 접속하고 신체를 기계로 대체하는 등 몸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 자체에 목표를 둔 그간의
SF소설들과는 차별화되어, 이번 소설집에서는 ‘다시, 몸’으로 돌아와 ‘그다음의 세계’를 질문하는 여정으로 나아간다.
세계 독자의 각별한 사랑에도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해온 작가들의 행보에 꼭 들어맞는 “최신의 SF”라
불릴 만한 작품들이라 더욱 특별하다. 총 세 개의 챕터로 구성해 한국과 중국 작가의 작품이 각 한 편씩 묶여 있는
총 여섯 편의 단편소설은 인지, 생물, 정동, 시간의 문제를 입체적으로 풀어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