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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8월]허송세월
[24년 8월]허송세월
  • 저자 : 김훈 지음
  • 출판사 : 나남출판
  • 발행연도 : 2024
  • ISBN : 9788930041683
  • 자료실 : [중앙]종합자료실
  • 청구기호 : 818-김96허
첫 문장: 핸드폰에 부고가 찍히면 죽음은 배달상품처럼 눈앞에 와 있다.

내가 즐겨 마신 술은 위스키다. 위스키의 취기는 논리적이고 명석하다.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을 쪼이면서 허송세월할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 찬다. 나는 허송세월로 바쁘다.

새벽의 갈대숲에서 새들이 부스럭거리고 퍼덕거린다. 새 날개 치는 소리 나는 동네는 복 받은 동네다.

조사 ‘에’는 헐겁고 느슨하고 자유로워서, 한국어의 축복이다.

형용사를 탓할 일이 아니라, 자신의 말이 삶에 닿아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삶을 향해서, 시대와 사물을 향해서, 멀리 빙빙 돌아가지 말고 바로 달려들자.

세상살이는 어렵고, 책과 세상과의 관계를 세워 나가기는 더욱 어려운데, 책과 세상이 이어지지 않을 때 독서는 괴롭다.

암컷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저 한없는 집중과 인내와 기다림. 새는 제 몸의 온도로 새끼를 깨워 낸다. 당신들과 나는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달걀을 먹었던가.
심장은 목적지가 없고, 이유가 없어 보였다. 심장은 언어나 논리가 세계를 규정하지 않는 곳을 향해서, 엔진을 벌컥거리며 가고 있었다

햇볕 속에서 하루 종일 놀다가 저물어서 집에 돌아오면 엄마는 “네 머리통에서 햇볕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햇볕에 냄새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는 엄마의 말을 믿었다.

그날 집에 돌아와서 나는, 생활은 크구나, 라고 글자 여섯 개를 썼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