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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소흘도서관
제목 2026년 소흘도서관 10월 북큐레이션
작성일 2026-09-30
조회수 49
첨부파일


 What to Read Now #10 : 소흘도서관 이달의 북큐레이션 
 시를 잊은 그대에게 
 : 시(詩)며들다 


사랑하는 사람의 숨결과 
거기에 담긴 치열한 고통과 삶의 흔적, 

할머니가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써 내려간 
조각 조각난 글들을 바라보니, 
가족으로서 할머니가 감당하며 
살아왔을 슬픔과 고통의 무게와 깊이가 
심장을 찔러왔습니다. 

할머니의 시들이 세상에 공개된다면 
이 슬픔이 나누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조금은 이 근원적인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할머니는 언제나 시를 쓰며 그 무엇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하셨습니다. 

그 표현에는 어떠한 성역도 없기에 가장 인간적이며 거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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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中 서시 / 한강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
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윤곽의 사이사이,
음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
어리고
지워진 그늘과 빛을
오래 바라볼 거야.
떨리는 두 손을 얹을 거야.
거기,
당신의 뺨에,
얼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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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독면 / 조인호

눈을 감으면 불 꺼진 중환자실 한켠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조용히 눈을 감은 그가 보인다. 

그 어둠 속에서, 나는 다만 고개를 떨구고 
그가 숨을 멈출 때까지 그를 기다렸다. 
그 기다림이, 그 어둠이, 나는 무서웠다. 

그러나 이제는 알아야 한다. 
내가 그를 기다린 것이 아니라, 
그가 나를 가디렸다는 것을. 
그 기다림이, 그 어둠이, 
나를 지금것 살려내고 있는 것임을. 

이 참혹하고 그 어떤 동정심도 없는 세상 속에서 
더이상 시인이란 나에게 없었다. 
그러므로 세상에 시란 존재하지 않는 어떤 불가능이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시를 쓰는 것은 
오직 강해지기 위해서였다. 
그 기다림을, 그 어둠을, 나는 차마 용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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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에게 주는 조언 / 엘런 코트

시작하라. 다시 또다시 시작하라. 
모든 것을 한 입씩 물어뜯어 보라. 
또 가끔 도보 여행을 떠나라. 
자신에게 휘파람 부는 법을 가르치라. 
거짓말도 배우고. 

나이를 먹을 수록 사람들은 
너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 것이다. 
그 이야기를 만들라.  

돌들에게도 말을 걸고 
달빛 아래 바다에서 헤엄도 쳐라. 
죽는 법을 배워 두라. 
빗속을 나체로 달려 보라.

일어나야 할 모든 일은 일어날 것이고 
그 일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흐르는 물 위에 가만히 누워 있어 보라. 
그리고 아침에는 빵 대신 시를 먹으라. 
완벽주의자가 되려 하지 말고 경험주의자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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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 F. 스콧 피츠제럴드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면 
언제나 이 점을 명심하여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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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엔 명작을 쓰지 / 김이듬

극장에서 돌아와 글을 써요 
나는 지저분하며 조그마한 구역에 살아요 
항상 떠날 궁리를 하죠 
안정감이 밤물결 소리를 내면 
떠나라는 신호로 받아들여요 
나를 여기 데려다 놓고 
데리러 오지 않는 사람이 
혹시나 들를지도 몰라서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곤 합니다
방 모서리엔 낡은 회색 슬리핑 백이 있어요 
오늘은 자지 않고 명작을 써요 
반투명한 해파리처럼 생긴 전등을 켜요
미안하지만 당신을 위로하러 
글을 쓰진 않아요 
이어링을 만지작거리며 명작을 써요 
누구나 밤엔 명작을 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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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도 배웅도 없이 中 블랙리스트 / 박준

몇해 전 아버지는 자신의 장례에 
절대 부르지 말아야 할 지인의 목록을 미리 적어 
나에게 건넨 일이 있었다 

금기형, 박상대, 박상미, 신천식, 샘말 아저씨, 
이상봉, 이희창, 양상근, 전경선, 
제니네 엄마, 제니네 아빠, 채정근 

몇은 일가였고 
다른 몇은 내가 얼굴만 알거나 
성함만 들어본 분이었다 

˝네가 언제 아버지 뜻을 다 따르고 살았니?˝라는 
상미 고모 말에 용기를 얻어 
지난봄 있었던 아버지의 장례 때 
나는 모두에게 부고를 알렸다.
 
빈소 입구에서부터 울음을 터뜨리며 
방명록을 쓰던 이들의 이름이 
대부분 그 목록에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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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달의 추천 도서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 김경미
산다는 슬픔 / 박경리
시와 산책 / 한정원 
사랑과 멸종을 바꿔 읽어보십시오 / 유선혜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 고명재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 / 이병률
바다는 잘 있습니다 / 이병률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 진은영
오래 머무는 마음 / 나태주
패터슨 / 윌리엄 윌리엄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 / 이제니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한 계절이 지나갔다 / 김이듬
러브 온 더 락 / 고선경
나쁜 소년이 서 있다 / 허연
입 속의 검은 잎 / 기형도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 / 이규리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 박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 박준
만일 그대가 나보다 먼저 간다면 / 허수경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 포퓨라샤 편집부
그때 뽑은 흰머리 지금 아쉬워 / 포퓨라샤 편집부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 황인찬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 문태준
세계시인선 시화집 / 호라이투스
바이올린과 약간의 신경과민 / 블라디미르
해변의 묘지 / 폴 발레리
불온한 검은 피 / 허연
질문의 책 / 파블로 네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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