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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소흘도서관
제목 2026년 소흘도서관 5월 북큐레이션
작성일 2026-05-04
조회수 85
첨부파일


 What to Read Now #5 : 소흘도서관 이달의 북큐레이션 
가족희비극 
 : 가족이라는 이름은 내게 


정신과 의사 하지현은
『대한민국 마음 보고서』에서 
스스로 아무것도 결정할 줄 모르거나 
계속 결정을 지연하는 청년들이 
양산된 현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자녀가 경쟁에서 이기기를 바라는 부모는 
아이 대신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선택해왔다. 
덕분에 아이는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가진 성인이 됐지만 
결정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출 기회를 놓쳤다. 
결국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무엇을 결정하지도 모험하지도 못하는 어른이 되어 
세상에 나갈 문 앞에 서게 된다. 
아이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했던 일들이 
사실은 아이에게 독이 되어버린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내비게이션에 의존해서 운전하는 데에 
익숙해져 버리면 내비게이션이 없을 때 
혼자 힘으로 길을 찾지 못하듯,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앞길의 돌부리를 
치워주는 부모에게 익숙해져 버린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을 때 자기 앞길을 
스스로 닦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런 상황에서 상당수의 청년들은 독립을 유보한다. 
부모의 과도한 기획과 권력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거기서 벗어나는 것이 곧 계층하락을 의미하는 세계에 
진입하는 것이기도 하므로 독립을 포기하고 
끊임없이 의존하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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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 파더스 클럽

다만 2년 차가 되어서야 알겠는 건 
그때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준비를 했더라도 
난 준비된 아버지가 될 수 없었을 거라는 사실이다. 
적어도 영유아 육아의 현실에서 
준비와 계획만큼 무용한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전날부터 애써 준비한 이유식은 아이의 이유 없는 
단식투쟁으로 주인 없는 음식이 될 때가 많고, 
아이의 규칙적인 생활을 위한다고 계획한 낮잠 시간은 
절대, 결코, 도무지 잠들지 않는 아이로 인해 
오히려 부모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시간이 된다. 

지나고 보니 알게 된 한 가지 진리는 
준비된 지식이나 완벽한 계획을 이기는 건 
‘부모의 몰입’과 ‘함께하는 시간’이라는 점이다. 
만약 그때 내가 육아 공부도 많이 하고 
필요한 모든 물건을 철저하게 준비했더라도 
출산 이후 아이에게 쏟는 시간보다 
일에 쏟는 시간이 더 많은 아버지의 삶을 살고 있다면 
과연 아이와 지금과 같은 친밀감을 가질 수 있을까.

반대로, 아이 곁에서 지금처럼 시간을 보내며 
일상이 추억이 되는 순간을 쌓아나갈 수 있다면, 
아이에게 ‘준비된 아빠’는 아닐지라도 
‘필요한 아빠’ 소리는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휴직을 하고 육아에 뒤늦게 몰입 중인 지금의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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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느린 작별

우리는 또다시 그의 하의를 가위로 잘랐고, 
그는 선 채로 몇 번째인지도 모를 용변을 보았다. 
예전부터 이런 일이 생길 때면 그의 다리에 묻거나 
밟아서 청소하기 힘들어질까 봐 
용변을 최대한 손으로 받아내곤 했다. 

그런데 그날은 내가 미처 손을 뻗기도 전에 
이런 일을 겪어본 적도 없는 딸 란란이 먼저 
아무 망설임 없이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받아내는 것이었다. 

그 순간 울음이 터졌다. 
눈물이 앞을 가리는 와중에도 
아빠를 향한 딸의 사랑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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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파민 가족

우린 너무 많이 보고, 너무 많이 안다. 
SNS가 없던 시절에는 놀이터에서 
동네 아줌마들과 안면을 트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끝에야 
겨우 알게 되었을 남의 집 속사정이 
손바닥 위에서 자동 재생된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가족의 공항 패션, 
수영장, 맛집, 원피스, 선크림 정보가 
실시간으로 도착한다. 

속도는 빨라지고 거리는 좁혀졌다.

SNS 속 가족이 하와이 5성급 호텔에서 
늘어지게 쉬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내가 조바심이 난다. 

우리는 어느새 서로를 조용히, 
그리고 끊임없이 또 성실하게 채점하기로 합의했다.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모두가 참여하는 ‘좋아요 배틀’을 시작한 것이다.

은밀하고 사적인 감정이었던 부러움은, 
‘좋아요’와 조회 수라는 이름의 공개된 
평가 시스템으로 구조화되었다. 

“우리 가족만 맨날 집에 있네?”, 
“다른 집 보니까 우리 애들한테 미안해”라는 푸념은 
비교의 피로가 의무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어딘가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안 가면 불안해서 여행을 떠난다. 

가족의 휴식과 행복이 
온전히 보장되어야 할 시간이 
타인의 평가 대상이 되고, 
피드 속 경쟁의 소재로 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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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일기

시댁에 처음 갔을 때가 생각난다. 
거실 벽이 가족사진으로 빼곡했다. 
액자를 하나씩 둘러보다가 낯선 남자에게 시선이 멈췄다. 
미남이다. 사진과 남편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풀어야 할 숙제가 생겼다. 

"나 사실 역변의 아이콘이야.” 
그가 쑥스러워하며 고백했다. 

남편의 고모님이 우리를 소개해주던 날, 
이런 말을 남기셨다. 

“우리 조카 별명이 장동건이었어. 
서울 생활이 힘들어서 그런 거지….”

남편이 처음에는 반지 끼는 게 불편하다고 했다. 
한 달만 끼어보라고 권유한 
나의 ‘발 들여 놓기’ 전략이 통했다. 

그는 결혼 4년 차인지금까지도 
출근할 때 결혼반지를 낀다. 

한 번은 출근하려고 나선 그가 되돌아왔다. 
“반지를 깜빡했어. 미안해.” 
남편의 행동이 사랑스러워 다정하게 껴안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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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달의 추천 도서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문미순
*도파민가족 / 이은경
*어금니 깨물기 / 김소연
*완벽이 온다 / 이지애
*밝은 밤 / 최은영
*시선으로부터 / 정세랑
*핫 밀크 / 데버라 리비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기억을 넘어 너에게 갈게 / 양은애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 이기호
*너도 하늘말나리야 / 이금이
*아주 느린 작별 / 정추위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나스 요나손
*엄마가 기다려줄게 / 박성은
*엄마만의 방 / 김그래
*빅토리 노트 / 이옥선 외
*살아남는 중입니다, 이 결혼에서 / 박진서
*신혼 엔딩 / 이진영
*깨끗한 거절은 절반의 선물 / 정끝별
*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 셰리 캠벨
*짐승처럼 / 임솔아
*특별한 호두 / 서동찬
*서툰 가족: 우리는 입양 가족 / 김혜연
*아버지에게 갔었어 / 신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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