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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걸리버 유람기
[2024년 7월] 걸리버 유람기
  • 저자 : 김연수 지음 ; 강혜숙 그림 ; 조너선 스위프트 원작
  • 출판사 : 대한출판문화협회
  • 발행연도 : 2024
  • ISBN : 9788985231084
  • 자료실 : [소흘]종합자료실
  • 청구기호 : 813.7-김64걸
부정적인 언어와 그늘진 이성이 없는 곳, 완벽한 이성을 가진 후이늠의 나라

어린이를 위한 모험소설 혹은 동화로 알려진 소인국과 거인국 이야기 외에 축약본으로도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걸리버 여행기』 속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2024년 도서전의 주제이기도 한 ‘후이늠Houyhnhnm’이다.
걸리버가 여행한 마지막 여행지인 후이늠은, 의심과 불신, 거짓말, 정욕, 무절제, 권력, 전쟁 같은 부정의 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곳이며, 이곳에 살고 있는 완벽한 이성을 가진 종족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 『걸리버 유람기』는 백 년 전 최남선의 번역에 기초한 소인국과 대인국의 이야기를 이어받아, 오늘의 소설가 김연수가 (조너선 스위프트의) 원작의 서사에 기대어 ‘지금 여기’의 시점에서 ‘라퓨타’와 ‘후이늠’의 이야기를 다시 써내려간 작품이다.

하늘에 떠 있는 섬나라 라퓨타에는 머리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제 생각에만 골몰하느라, 치기꾼에게 맞아야만 대화가 가능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남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이들은 뉴스와 정치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다, 온갖 터무니없는 것들에 골몰하는 학술원의 행태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겨우 라퓨타를 벗어나 집으로 돌아온 걸리버는 오 개월 만에 다시 여행길에 오르고, 야후를 부리는 후이늠의 나라에 도착한다. 들판의 야후들과 달리 품위 있고 당당한 말馬들의 나라인 후이늠은 ‘자연의 완성’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부정적인 언어와 거짓말, 권력과 전쟁 같은 부정의 말이 존재하지 않는 곳, 후이늠. 존경할 만한 주인의 보호 아래 걸리버는 이곳에서 그간 한 번도 누려보지 못한 행복을 맛본다. 하지만 ‘야후’를 믿지 못하는 다른 후이늠들로 인해 쫓겨날 위기에 처한 걸리버는 차라리 죽음을 택하고 만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진짜 『걸리버 여행기』

그리고 이때, 걸리버 앞에 홍길동이 나타난다. 김연수가 써내려간 『걸리버 유람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이 아마 홍길동의 등장일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걸리버와 홍길동의 만남과 두 사람이 나누는-정확하게는 홍길동이 전하는-이야기는 어느 순간 독자를 울컥하게 만든다. 거짓과 부정과 환멸로 가득 찬 인간세계에 지쳐버린 우리는 걸리버와 마찬가지로 크게 위로받는다.

“우리는 모두 문학입니다. 문학은 결코 죽지 않습니다. 걸리버님도 여기서 죽으면 안 됩니다. (……) 인간의 비루한 모습에도 절망해 죽지 않고 계속 썼기 때문에 걸리버님과 저는 세계문학으로 영원회귀하게 됐습니다. 언어가 존재하는 한 우리는 계속 읽혀질 것입니다. (……) 우리는 우리가 본 것을 증언해야만 합니다. 어리석은 전쟁과 고통, 부조리한 차별과 죽음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맞선 인간들이 있었다는 것을 수백 년 뒤의 사람들에게도 전해야만 하는 것이지요.”(134p~135p)

<출처: 출판사 리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