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 2025년 소흘도서관 11월 북큐레이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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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2025-10-30 |
| 조회수 | 3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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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 to Read Now #11 : 소흘도서관 이달의 북큐레이션 음식에 진심, 인생 레시피 : 맛있게 사는 게 잘 사는 거지 *버터밀크 그래피티 금방 딴 허브를 꽃병에 꽂아 싱크대 위에 놓아두고 그 옆에 토마토를 나무 그릇에 담아 놓고 후숙하라고 가르쳐준 사람은 클레멘타인이었다. 그녀는 토마토를 사과처럼 입으로 베어 먹는 속된 기쁨을 알려주었다. 클레멘타인을 만났을 때 나는 이미 요리사로 일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내가 식당에서 배운 것들을 실전에 응용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열린 창문 옆에 프랑스 버터를 놓아두면 웨스트 13번가 가로수에서 막 피어나는 꽃의 향기가 버터에 은은히 밴다는 것도 그녀에게서 배웠다. 파스타는 식탁에서 먹기보다는 큰 그릇에 담아 부엌에 서서 먹는 게 훨씬 맛있다는 사실도 그녀에게 배웠다. 우리는 헤어지기 전 마지막 여름에 수없이 싸웠다. 그녀가 문을 쾅 닫거나 말없이 냉랭하게 내 옆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너무 많이 익어버려 물컹해진 토마토의 냄새가 콧 속을 진하게 파고들었다. 그 여름 한철 동안 클레멘타인은 사랑의 고통과 토마토가 주는 기쁨을 듬뿍 가르쳐주었다. 이후 내가 평생토록 배운 것을 다 합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듬뿍. 그녀가 내게 가르쳐준 것만으로도 책 한 권을 쓸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그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나는 지금도 잘 익은 생 토마토를 잘 먹지 못한다. ----------------------------------------------------- *사유식탁 사랑에 빠진 어른이 되려면 무언가 놀라운 일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를테면 타인을 자신보다 우선으로 생각하며, 침대 맡에 맛있는 음식이 담긴 접시를 가져다주는 일 말이다. ----------------------------------------------------- *과일: 여름이 긴 것은 수박을 많이 먹으라는 뜻이다 1. 엄마, 우리 가난했는데 어떻게 과일을 그렇게 많이 먹었지? 고향 집 거실에서 참외를 씹으며 물은 적이 있었다. 뭔가를 희생했다거나 불가피하게 견딘 시간에 대한 답이 돌아올까 약간 긴장했다. 엄마는 질문과 시차를 두지 않고 곧장 말했다. “맛있어서?” 그렇지. 과일은 맛있지. 어쩔 수 없었네. 웃었다. 나는 분명히 보았다. 엄마가 식탁 앞에서 꼼꼼히 가계부를 쓰던 모습. 여러 개의 허름한 봉투나 영수증 따위를 늘어놓고 엄마는 가계부가 놓인 식탁보다 더 아래를 보듯 고개를 숙이곤 했다. 그래도 과일은 어떻게든 먹었다. 과일을 많이, 정말 많이 먹고 자랐다. 그건 행복한 이야기처럼 들리게 됐다. 과일을 많이 먹어서. 2. 그렇게 마음이 사무치던 날이었다. 커튼을 치고 어둑한 방에 누웠다. 싸움은 별수 없이 후회와 상처를 남기고 그러다 보면 밥 같은 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렇게 누워서 굶어 죽어버려야지. 그러나 너는 못 굶어 죽는다. 밥을 먹게 될 것이다. 또 자신과 다투다 겨우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갔지만 역시 밥을 차릴 생각은 들지 않아서 냉장고를 열어 사과를 한 알 꺼냈다. 대충 껍질에 물을 흘리고 칼을 넣어 한 조각만 떼어 먹었다. 아무리 울상을 해도 과일만은 입으로 잘 들어간다. 아삭아삭. 그렇게 사과 세 조각을 먹고 나서 나는 조용히 프라이팬에 불을 올렸다. 달걀을 굽고 인스턴트 국을 데워 밥 한 공기를 비웠다. ----------------------------------------------------- *정관스님 나의 음식 절에서는 국수 요리를 ‘승소’라고 한다. ‘스님의 미소’라는 뜻이다. “오늘 국수 먹을까요?” 누군가가 이렇게 얘기해 저녁 메뉴가 정해지면 다들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분주해진다. 커다란 가마솥에 물을 끓이고, 안반과 홍두깨를 꺼내 국수 반죽을 밀고, 누군가는 텃밭에 가서 애호박과 버섯을 따온다. 옹기에서 시원한 열무김치를 꺼내오고, 누군가는 뛰어가서 장작을 더 가져온다. 국수 요리를 잘하시는 노스님이 조금은 뽐내시듯 가마솥 옆에 서서 요리 과정을 총괄하는 동안, 행자가 이렇게 묻는다. “스님, 양념장에 청양고추 썰어 넣을까요?” ----------------------------------------------------- *교양 한 그릇 조상들은 왜 추운 겨울에 냉면을 먹었을까요? 생각해 보면 어려운 문제는 아니랍니다. 냉면 사리를 만드는 주재료인 메밀은 늦가을에나 수확해서 겨울에야 먹을 수 있었습니다. 잘 보관했다가 이듬해 여름에 먹으면 되지 않냐고요? 옛날엔 식량 사정이 좋지 않았어요. 메밀을 다음 여름까지 손대지 않고 고이 보관할 형편이 아니었을 겁니다. 게다가 그 옛날에는 냉장고가 없었으니 여름에 얼음이나 시원한 육수를 구하기도 아주 힘들었죠. 얼음을 사시사철 구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왕실이나 고위층에 국한되어 있었습니다. 얼음이 사치품이었던 거예요. 게다가 면을 만드는 것도 겨울에 더 쉬웠어요. 메밀 반죽을 친 뒤 국수틀에 넣어 면을 뽑으려면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애를 써야 했거든요. 농사일이 바쁘지 않은 겨울이 되어야 여럿이 힘을 모아 면을 뽑을 수 있었죠. 여러모로 냉면은 겨울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습니다. ----------------------------------------------------- 이 달의 추천 도서 *엄마 박완서의 부엌 / 호원숙 *정관스님 나의 음식 / 정관 *바지런한 끼니 / 안아라 *과일: 여름이 긴 것은 수박을- / 쩡찌 *호떡과 초콜릿, 경성에 오다 / 박현수 *이제 오븐을 켤게요 / 문현준 *교양 한그릇 / 박찬일 *버터밀크 그래피티 / 에드워드 리 *경양식집에서 / 조영권 *한 칸 도시락 / 김경민 *근사한 솥밥 / 김연아 *오렌지 베이커리 / 기티 테이트 외 *식물학자의 식탁 / 스쥔 *외로워서 배고픈 사람들의 식탁 / 곽미성 *10분 완성 수프 도시락 / 아리가 카오루 *키친 가든 & 라이프 / 박형신 *해피 키토 키친 / 진주 *사유식탁 / 알랭 드 보통 *식탁 위 건강오름 / 김한열 *미니멀리스트의 식탁 / 도미니크 로로 *팬 하나로 충분한 두 사람 식탁 / 국가비 *애쓰지 않는 요리 / 다나카 레이코 *경성 맛집 산책 / 박현수 *나를 채우는 한끼 / 임성용 *푸드닥터 마스터 클래스 / 황형선 외 *아무튼, 맛집 / 박재영 *망할 토마토, 기막힌 가지 / 박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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