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이 꽃에서 꿀을 모을 때 꽃의 빛깔과 향기를 해치지 않고 꿀만 취해 날아가듯, 지혜로운 사람은 음식을 구할 때 그와 같이 한다.”
_4쪽 「머리말」 중에서
♣ 오늘 하루를 애써 살아낸 사람에게 제가 권하고 싶은 밥상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잘 익은 김치와 따뜻한 밥 한 그릇,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그리고 담백한 반찬 몇 가지면 충분하다. 거창하지 않아도 그 안에는 사람을 살리는 힘이 담겨 있다.
_12쪽 「머리말」 중에서
♣ 자연은 계절마다 그때그때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가장 알맞은 형태로 건넨다. 그래서 제철 재료를 먹는다는 것은 때에 맞는 재료를 가장 알맞은 방식으로 섭취하는 지혜이기도 하다.
_32쪽 「1부 독초가 나물이 되기까지」 중에서
♣ 어느 날, 노스님께서 밭에서 무와 배추 새싹을 솎는 일을 맡기며 일렀다.
“많이 난 곳은 솎아주고, 적게 난 곳은 옮겨 심어라. 너무 빽빽하면 못 자라고, 너무 듬성듬성하면 버티지 못한다. 그것이 중도(中道)다.”
_48쪽 「1부 넘침은 덜어내고, 모자람은 채우고」 중에서
♣ 보리사에서의 환대는 늘 한 잔의 발효 간장차로 시작된다. 스무 해 넘은 발효 간장을 따뜻한 물에 풀어낸 차인데, 식욕을 부드럽게 열어준다. 이곳에서 가장 귀한 대접 가운데 하나다.
_53쪽 「1부 환대의 맛, 발효 간장차」 중에서
♣ “아이에게 부모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주세요. 그 음식 속에 부모의 마음이 담기면 아이의 몸과 마음도 함께 달라집니다.”
_73쪽 「1부 음식이 성품을 만든다」 중에서
♣ 내가 만나는 모든 인연을 귀하게 여기고, 부처님께 공양 올리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그 음식은 사람을 살리는 밥이 됩니다.
_82쪽 「1부 공양을 짓는 일」 중에서
♣ 그러던 어느 날, 내 소식을 들은 어른스님이 작은 단지를 건네주시며 말씀하셨다. 그 안에는 오래된 간장이 담겨 있었다.
“이 간장을 다 먹을 때쯤이면 네 병이 나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다.”
그 말씀은 기도처럼 내 몸에 스며들었다. 나는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기 시작했고, 6개월 뒤 기적처럼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_86~88쪽 「1부 나의 소중한 보물 1호」 중에서
♣ 내가 건강을 잃은 뒤 장을 담가 먹고 회복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절에 찾아오는 암 환자들이 많다. 그분들에게 나는 오래 묵어 가루처럼 된 된장을 물에 풀어 드리곤 한다. 그러면 몸이 한결 좋아졌다는 소식을 전해 오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나는 늘 말한다.
“좋은 장을 담그는 집에는 병이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_95쪽 「1부 스님들의 장수 비결」 중에서
♣ 보리사 옆마당에는 적갈색 옹기 항아리들이 줄지어 서 있다. 약 380독이다. 그 안에는 장과 김치가 조용히 숨을 쉬며 발효되고 있다. 옹기는 ‘숨 쉬는 항아리’라 불리는데, 미세한 구멍 사이로 공기가 드나들기 때문에 발효 식품을 담기에 더없이 알맞다.
_141쪽 「2부 장독대」 중에서
♣ 절집 음식이 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바깥 음식이 더 짠 경우가 많다. 단맛과 화학조미료, 강한 향신료가 짠맛을 가리고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외식을 하고 돌아와 물이 자꾸 당기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먹을 때 짜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음식이 반드시 염도가 낮은 것은 아니다.
_149쪽 「2부 건강한 짠맛」 중에서
♣ 나는 늘 이렇게 말한다.
“맛은 혀가 아니라 습관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결국 입맛이라는 것도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생각과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음식을 먹는 행위는 맛을 넘어 습관을 바꾸고, 삶을 변화시키는 일이 되기도 한다.
_154쪽 「2부 맛있다, 맛없다의 기준」 중에서
♣ 사찰에서는 국수 요리를 ‘승소(僧笑)’라 부른다. 스님의 미소라는 뜻이다. 예전에는 밀가루가 귀했기에 국수는 쉽게 맛볼 수 없는 음식이었다. 늘 밥과 채소로 공양하던 스님들에게 국수가 나오는 날이면 자연스레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래서 국수는 단순한 별식이 아니라, 대중의 마음에 웃음을 불러오는 음식이 되었다.
-165쪽 「2부 승소」 중에서
♣ “제철 음식을 먹으라”는 말은 “지금 이 순간을 살라”는 부처님의 가르침과도 닿아 있다. 순간순간 먹는 음식이 몸에 쌓이듯, 순간순간의 삶이 모여 한 생을 이룬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먹으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_228쪽 「3부 제철 재료, 제철 행복」 중에서
♣ “장은 직접 담글 수 있으면 가장 좋고,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만든 장을 찾아서 드셔야 합니다.”
생각이 바뀌어야 입맛이 바뀌고, 입맛이 바뀌어야 몸이 바뀐다. 이때 약이 되게 만드는 약념이 바로 장이다.
_287쪽 「3부 집에서 장 담그기」 중에서
♣ 특별한 날일수록 더 평범하고 담백한 음식을 내는 편이다. 예를 들면 빡빡이 된장 같은 음식이 그렇다. 호박에 고춧가루를 조금 넣어 간간하고 깔끔하게 끓여, 밥에 비벼 먹기 좋게 낸다.
_188쪽 「2부 대중공양」 중에서
♣ 불가(佛家)에서는 음식을 먹을 때 ‘삼소(三素)’의 마음을 지니라고 한다.
즐겁게 먹는 소식(笑食), 채소를 중심으로 먹는 소식(蔬食), 적게 먹는 소식(小食).
이 3가지에는 기쁨과 감사로 마음을 밝히고, 절제로 욕심을 내려놓으며, 채식으로 몸을 맑히는 삶의 태도가 담겨 있다.
-197쪽 「2부 삼소(三素)의 마음」 중에서
♣ 음식에 관한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너무 많아서 무엇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듣는 질문이 있다.
“스님, 이 음식이 어디에 좋다는데, 정말인가요?”
그때마다 내가 하는 말은 늘 같다.
“요즘 나오는 제철 재료를 깨끗하게 조리해서 적당히, 알맞게 드세요. 건강한 사람은 그것만 드셔도 충분합니다.”
-226쪽 「3부 제철 재료, 제철 행복」 중에서
♣ “아토피를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요?”
“음식은 뭘 먹여야 하나요?”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순서가 틀렸습니다. 아토피가 생긴 뒤에 치료하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아토피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교 안에서 아토피가 생길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바꾸어야 합니다. 나무를 심고, 텃밭을 만들어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지낼 수 있게 해야 아토피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245쪽 「3부 아토피 손주」 중에서
♣ 양념이라는 말의 뿌리를 더듬어보면 ‘약 약藥’ 자와 ‘생각 념念’ 자가 결합된 것이다. 이는 음식에 넣는 맛의 첨가물이 아니라, 약처럼 여기고 먹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불교 경전에서는 특히 생강과 후추, 소금을 중요한 ‘약념’으로 꼽는다.
-251쪽 「3부 몸에 약이 되는 약념, 독이 되는 약념」 중에서
♣ “이 배추 한 포기가 자라기 위해서는 하늘의 햇빛과 땅의 흙, 동서남북에서 불어오는 바람, 땅을 적시는 물 그리고 농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이 배추는 어디에서 왔겠습니까. 온 우주에서 왔습니다. 이 배추 한 포기에는 온 우주의 생명이 담겨 있습니다.”
-269쪽 「3부 프랑스의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 중에서
♣ 오래 정성 들여 익힌 장들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말린 나물들도 햇볕 잘 드는 복도에 가지런히 놓였다. 겨울을 날 양식들이 하나 둘 채워질수록 마음에도 묘한 든든함이 차오른다. 그것들은 긴 겨울을 견디게 해줄 고마운 생명이자, 지나온 계절들이 차곡차곡 남겨두고 간 시간의 선물이다.
-317쪽 「4부 산사의 겨울채비」 중에서
♣ 출가한 첫 해 늦가을, 어머니가 절로 나를 찾아오셨다. 쌀쌀한 날씨에 지게를 지고 무를 나르던 내 모습을 본 어머니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나는 급히 달려가 어머니를 부축했지만, 그렇다고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는 어머니의 말을 따를 수는 없었다.
그 이튿날, 밭의 무는 밤새 내린 찬 서리에 거의 얼어 있었다. 겨우내 찬이 될 양식을 내가 다 망쳐버렸다는 생각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런데 노스님은 덤덤하게 말씀하셨다.
“무를 크게 썰어서 실에 꿰어 탱자나무 가지에 걸어 두어라.”
노스님은 그렇게 바람과 햇볕에 얼었다 녹았다 한 무를 꺼내 고추장과 생강, 들기름으로 양념해 구워내셨다.
_323쪽 「4부 버릴 생각이 없으면 먹을 궁리가 생긴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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