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할매』는 하나의 작은 씨앗이 얼마나 광대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를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웅대한 시적 서사의 세계로 보여준다.
개똥지빠귀가 관목 숲으로 날아오는 소설의 첫 장면은 한쌍의 새가 사랑을 나누고 새끼들을 낳아 키우다가 엄혹한 생존 경쟁 속에서 온힘을
다하다 죽음을 맞는 일련의 과정을 함축적으로 포착한다.
죽은 새의 뱃속에 든 열매가 부드러운 흙으로 스며들어 훗날 거대한 나무로 자라나게 된다는 이야기의 서장은 이어서 기록될
인간사에 스며든 자연의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